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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 잡은 PF 신디론"…건설도 금융도 손사래

placeinfo 2025. 2. 5. 18:43

건설사 "조건 까다롭고 실효성 부족"
금융권, 리스크 부담 커 지원 꺼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막힌 자금 순환의 맥을 뚫기 위해 1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공동 대출) 카드를 꺼내든지 6개월이 넘어섰지만 시장에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금융권이 지난해 1조원이나 되는 자금을 조성했으나, 건설사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손사래 치고 있다. 금융권도 건설사의 리스크를 떠안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지원을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만 키우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PF 신디케이트론 집행률 절반 못미처= 금융당국 관계자는 5일 "현재 PF 신디케이트론을 신청한 업체 중 한 자릿수 업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PF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해 시장에 돈맥경화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이지만, 속도는 더딘 모습이다.

당국은 지난해 6월 5개 은행(NH·신한·우리·하나·KB)과 5개 보험사(한화생명·삼성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를 참여시켜 1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했다. 총 230조원 규모의 PF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건설사의 줄도산 위기가 불거지자 당국이 내놓은 대책이다. 당국은 앞으로 5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며, 올해는 2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당국의 계획만 보면 신디케이트론으로 PF 위기를 진화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신디케이트론의 집행률은 현재 40%대(4000억원대 중후반, 4개 사업장)에 그친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기대보다는 저조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전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에서 "정리 속도가 다소 둔화했다"며 촉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설사 "필요한 곳에 지원하지 않거나, 너무 까다롭거나"= 건설사들은 PF 신디케이트론이 유명무실하다고 평가했다. 일단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을 받을 수만 있으면 금리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우발 부채를 개선하는 데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은행이 주관사가 돼 마련된다. 은행이 물건을 접수·신청받으면 해당 은행이 기초심사를 한다. 이후 다른 참여 은행들과 협의해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여러 기관이 참여하다 보니 조달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참여자들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해 실제 대출 집행이 어렵다. 당국은 신디케이트론 운영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개별 물건에 대한 자금 투입 여부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

또한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져, 금융권의 지원이 무색한 것이 현실이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 핵심은 보증이나 대출 금리가 아니라 급등한 공사비"라며 "공사비가 너무 올라 적정한 분양가로 사업을 진행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시행사나 금융권이 회수한 후 남는 금액으로 시공사가 공사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정부나 금융권이 PF를 매입한다고 해도 시공사 입장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이 보유했던 사업장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실제 거래는 되지 못했다. 보증이나 대주단의 금리 조정이 문제가 아니라, 급등한 공사비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부 건설업계에서는 PF 매각보다 준공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준공이 임박했거나 이미 공사를 마쳤음에도 미분양으로 인해 자금 수혈에 어려움이 있는 곳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국이 추진하는 PF 신디케이트론은 문제가 된 PF를 정리하고 재구성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문제는 착공 전 단계, 즉 브리지 대출을 받은 현장에 집중돼 있어 PF를 매각해도 시공사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착공 후에는 선순위·후순위 구조가 형성돼 시공사의 회수 순위가 가장 마지막으로 밀린다"며 "결국 준공 지원을 통해 미분양 부담을 줄이고 사업장 운영을 안정화하는 것이 시공사 입장에서는 더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내부 리스크 평가 모델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금융 쪽에 정통한 한 연구원은 익명을 요구하며 "금융권 관계자들과 얘기해봐도 솔직히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어떤 사업장을 골라야 하는지 금융권이 오히려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부 평가 기준은 있지만, 고도화된 모델보다는 단순한 기준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밀한 리스크 분석 모델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돈 빌려주고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나"= 금융권은 리스크 부담이 크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정부 기조에 맞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사업장을 추가 검토하고 있지만, 모든 참여자의 동의가 필요해 진행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결국 문제는 매각 대상 사업장이 금융권의 검토를 통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우량 사업장이 아닐 가능성이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은행이 나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공사들도 적극 수주전에 나서 실적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건설사들이 이를 꺼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건설산업 전반에 깔린 리스크 부담으로 인해 선뜻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인상 등 고비용 구조로 변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판단하는 것이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수주한 프로젝트들이 지난 1년간 고비용 구조로 변하면서 신디케이트론이 제공되더라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은행들도 공사비 부담이 커진 PF 시장에 선뜻 자금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증권사 등 여타 금융기관들도 PF 대출 확대에 나서지 않으면서 은행만이 사실상 유일한 대출 창구가 됐다"며 "그러나 은행들도 리스크를 우려해 대출 문턱을 높이며 사실상 시늉만 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당국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한 사업장을 무리하게 금융권에 떠넘길 수는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이런 매물이 나왔으니 한번 검토해보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현실을 감안해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이 조건을 조정하면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PF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또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과정이 용이해 장기 자금 운용이 안정적인 상품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출처 : 아시아경제

https://www.asiae.co.kr/article/2025020316432209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