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
“내년 인하전망 4회→2회로 축소”
파월 발언에 원달러 환율 급등
정부 “외환수급 방안 개선 추진”
환율이 한국 경제 ‘최대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9월 0.5%포인트, 11월 0.25%포인트에 이어 12월까지 3회 연속 금리 인하다. 미국 기준금리가 조정되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는 기존 1.75%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다시 줄게 됐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것에 대해 “(Fed 위원 간)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면서도 “앞으로 금리 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완화됐다”면서 “실업률이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 금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이후 최고치(5.5%·2023년 7월~2024년 9월)였던 것보다 1%포인트 낮아지게 됐다. 이는 최근 2년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FOMC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연준이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당초 4차례에서 2차례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금리인하 속도를 절반 늦추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매파적 금리인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낸 수정 경제전망에서 2025년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3.9%로 제시했다. 9월 전망에서의 3.4%에서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당초 내년 한 해 0.25%포인트씩 총 4회 금리 인하에서 2회 인하로 인하 폭을 대폭 줄인 것이다.
FOMC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목표 범위의 추가 조정 정도와 시기를 고려할 때 신규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을 신중히 평가하겠다”라고 말하며 ‘정도와 시기’라는 문구를 추가해 금리인하 속도조절 의지를 반영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장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로 분석되면서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145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면서 정부는 외환수급 개선 등 긴급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장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서 은행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기업들은 당장 발등의 떨어진 불을 꺼야할 뿐만 아니라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생겼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는 물론, 투자와 고용위축으로 내수경제가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 직후인 19일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고 “오늘 새벽 글로벌 금융시장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 결과를 긴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가 큰 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주요통화들이 대폭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 금융·외환시장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와 한은은 높은 경계의식을 가지고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 체계를 지속 가동하겠다”며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안정과 외화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외환 수급 개선 방안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방안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 인프라 개선 방안 등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을 감안해 은행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는 17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사 등 은행권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추가로 적립토록 하는 제도로 올 연말 도입 예정이었다.
최 부총리는 이와 함께 금융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스트레스 완충자본 적립규제 도입 유예 등 금융회사의 재무 여력 강화 방안 ▷은행권과의 상생을 통한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 방안 ▷서민금융 지원 방안 등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밖에 밸류업, 공매도 재개 등 자본시장 선진화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 상황과 결합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미국 경기가 워낙 좋다보니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지금 상황에선 금리 인하가 아니라 오히려 인상으로 틀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들린다”며 “여기에 우리나라는 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산업 경쟁력도 약화돼서 원화 가치는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양영경·홍태화·정목희 기자
출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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