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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임차 '비영리법인'에만 허용…돌봄수요 급증하는데 "반쪽짜리 대책" 비판

placeinfo 2025. 2. 3. 11:44

정부가 비영리법인에 한해서만 토지 및 건물을 임차해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초고속 고령화로 요양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형 금융지주사 등 영리법인들의 요양사업 진출을 제한해 수요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법인에 한해 임차 허용

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 따르면 정부는 돌봄공급 확충을 위해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제한적 임차 허용 대책을 추진한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16조 등에 따르면 토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어야만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데 이를 비영리법인에 한해 풀어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제완화 대책이 정부발(發)로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고위 관계자는 “높은 지가(地價), 건설비 등으로 노인 요양시설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 못한 수도권 등이 대상”이라며 “급격히 늘어날 돌봄수요에 대응하고 서비스 품질 기반을 확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요양사업 진입요건을 완화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대상을 비영리법인으로만 제한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반쪽짜리 대응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연달아 요양사업에 진출 중인데 그 기회를 제한해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신한, 하나, NH농협금융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영리 개인사업자보다 자본이 탄탄한 대형회사에서 하는 요양시설 운영이 안정적이지 않겠느냐”며 “수요자 입장에서는 비용보다 시설 고급화가 훨씬 필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입소자 현실 고려해 신중한 입장”

반면 저고위와 보건복지부는 영리법인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요양시설 운영은 수익성보다도 장기지속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라며 “임차로 운영하다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임대인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불확실성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영리법인 중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곳으로 그 대상을 제한할 것”이라며 “현행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세부적인 내용은 차차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소비자 선택권 침해”

 

시니어 주택시설에는 실버타운, 실버스테이, 고령자복지주택 등이 있다. 복지부 소관의 실버타운은 초기 높은 비용으로 인해 주로 상류층이 입소하는 주택형태의 노인복지시설을 뜻한다. 실버스테이와 고령자복지주택은 모두 국토교통부 소관이지만 각각 민간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이라는 차이가 있다. 여기서 건강이 더 나빠지거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니어들은 복지부 소관의 요양시설, 요양병원 등에 머무르게 된다.

정부는 2015년 이후 금지된 분양형 실버타운을 지난해 부활시키기로 결정하거나, 이번 대책과 같이 요양사업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등 기존 규제를 조금씩 풀어주는 중이다. 25년 뒤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업체들은 보다 ‘통 큰’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에는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면 땅이나 건물을 보유해야한다는 규제 자체가 없다”며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는 특히 도심에서 많은데, 이러한 규제가 있다면 양질의 요양시설이 들어설 수 없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김리안 기자 peux@hankyung.com

출처 : 한경닷컴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2038503i